경찰, 변칙 1인 시위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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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찰이 1인 시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법망을 피해가는 각종 변칙 1인 시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인 시위는 집회.시위 요건인 '2인 이상 동일 목적을 가지고'하는 행위가 아니어서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집회.시위법은 먼저 신고된 집회.시위가 있으면 나중에 접수된 행사는 금지하고 대사관 등 특정장소 주변의 집회.시위를 불허하는 규제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1인 시위는 시민단체들의 유용한 의사 표출 수단인 셈이다. 최근 '무늬'만 1인 시위인 경우가 잦아 경찰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여중생범대위는 경기도 의정부 미 2사단 앞에서 수시로 '에워싸기'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이 특정 목표물을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각자 1인 시위를 한 것이다.

경찰은 "각자로 보면 분명 1인 시위인데, 시위자간 목적과 소속 단체가 같아 사실상 집시법의 적용을 받는 시위"라며 난감해했다.

릴레이 1인 시위도 논란거리다. 요즘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선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 등을 돌려받으며 교대로 연속 시위를 벌이는 행사가 자주 벌어지고 있다.

2명 이상이 동일 장소에서 목적만 약간 달리한 채 시위를 벌이는 것도 문제다. 국회 앞에선 민주노총 회원들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저지한다며, 전교조 회원들은 교육시장 개방에 반대한다면서 각자 목적이 다른 피켓을 들었지만 함께 모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위장 1인 시위를 단속하라는 내용의 대처 요령을 마련해 놓고도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우려,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내지 않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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