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이라크 지도부 '등돌린 충성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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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가 함락되자 이라크 정권 주요 인사들이 대거 국외로 도피했거나 망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TV를 통해 바그다드 도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동상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한 세계 각국의 이라크 외교관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대사는 몰려든 취재진에게 "게임은 끝났다"며 패전을 시인했다.

그는 8일 오후까지도 이슬람 국가 대사들과 만나 미국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도록 요구했었다. 그는 "나는 후세인 대통령과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

최근 수일간 본국과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스TV는 그가 9일 밤 뉴욕을 떠나 프랑스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망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집트 주재 이라크 대사관 직원들도 대거 망명을 타진 중이다. 카이로의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무흐신 칼릴 이집트 주재 이라크 대사와 외교관들이 아랍 국가와 러시아.프랑스 등에 이미 망명을 신청했다.

칼릴 대사는 이집트에 부임하기 전 후세인 대통령의 공보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아랍연맹의 이라크 대표를 맡고 있는 후세인 측근이다. 그는 카이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아직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미 이라크 지도부가 대거 시리아로 도피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후세인 정권 지도부 인사들이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몸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리아측이 도피를 돕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등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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