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재배치 서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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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한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가 기정사실화됐다. 그제 끝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1차회의의 결과다. 북핵 문제가 매듭지어진 뒤 재배치 일정을 협의하자는 우리 측 요청에 따라 실행 시기만 미뤄졌을 뿐이다.

우리는 그에 따른 안보태세 확립을 위해 막대한 군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재배치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억지 기능이 사실상 해지되는 것을 의미해 우리의 안보는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한.미 양측은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을 전제로 2사단이 맡고 있는 '특정 임무'를 한국군이 떠맡기로 했다. 특정 임무는 북한이 휴전선에 배치한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에 대비해 미2사단 규모의 전투력를 우리가 갖추어서 북한에 대응하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 위해선 수조원대의 군비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쟁 발발시 미군의 자동개입 상황이 사실상 없어진 점이다. 북한이 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 노렸던 바가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50년간 미 군사력의 보호하에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던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군비를 엄청 더 투입해야 하는 반면 안보태세는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우리가 놓인다.

새 정부가 민족자존을 내세운 일부 반미정서에 편승한 듯한 태도가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부담과 불안으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반대급부치곤 대가가 너무 크고 위험하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선뜻 합의를 해주었다는 것은 문제다. 북핵사태 해결 이후 우리가 미국과 깊이 논의해야 할 선결과제는 2사단의 재배치가 아니라 미래 50년간 한.미동맹의 전략과 방향이어야 한다.

그 토대에서 북한의 변화추이를 봐가며 2사단 재배치 문제를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국회의원 1백33명이 미군 재배치 반대 1천만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데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핵해결 후 용산기지 등 극히 부분적인 분야는 현실에 맞게 조정하더라도 한반도의 안정이 가시화될 때까지 재배치 논의는 유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