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유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저는 밀수보석.「맨션·아파트」에서「팝송」부르며 영어를 공부하고「나이트·클럽」에서
체력장연습을 하고 술마시며 유기화학을 공부합니다.』
한 여장남학생이 이렇게 스스로를 소개한다.
또 한막의 촌극-.
「전세금」양과 부동산군의 혼례에서 수표는 부도가 잘난다하여 현금을 발밑에 깐다.
그리고 혼수감으론 82평짜리 부도「맨션·아파트」문서·비단·호박단에 「다이어먼드」등이
함에 가득하다.
지난 16일 TBC가 주최했던 제1회 전국대학축제경연대회의 광경 한두토막이다.
한결같이 배금주의에 물든 세태에 대한 풍자들. 그것을 보며 관객들은 마냥 즐겁게 웃어 제친
다.
『나에게 있어 최대의 학교는「유머」였다.』-이렇게「아인슈타인」도 말한 적이 있다.
「유머」는 독설이나 비웃음과는 크게 다르다. 그것은「칼라일」의 말대로 어느 부조리를 보고
서 「곁에서」웃는 것이 아니라「함께」웃는 해학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자기를 웃을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유머」는 태어나지 않
는다.
「유머」(HUMOUR)란 영어에는「액체」라는 뜻이 있다.
옛날에는 사람 체내에 네가지 액체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네가지 액체 때문에 사람은 화를
내거나 우울해지거나 한다고 여겼었다.
그러나「유머」가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액체들을 관찰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액체」가「유머」로 된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유머」나 웃음이란 어느 특정국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웃음은 세계 공통
이다.
각국의 말에서 울음소리는 모두 다르다. 동물들의 울음에대한 의음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웃음소리만은 다 같이「하하」다. 말하자면 웃음은 세계를 연결시키는 공통어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시키는 공통어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에 골계열전이 있다.
그 첫대목에『대경에는 모두 세상을 다스리는 힘이 있으나 천도는 워낙 넓다. 따라서 슬며시
급소를 찌르는「유머」어린 변설도 중요하다』는 구절이 있다.
『세속에 흐르지않고, 세리를 다투지 않고…』이렇게 「유머」를 풀이한 대목도 있다.
왜 그런지 지금까지우리나라에는「유머」가 없었다. 풍자도 흔하지 않았다. 좋은 희극을 좀처럼
볼수없는것도 웃음에 낯선 탓이었다.
그런 웃음과「유머」가 이번 대학축제경연대회에서 보면 만발하고 있다.
이제 인생의 온갖 부조리를 웃어넘길만한 여유를 우리네 젊은이들이 찾아낸 탓이라고 할까.
다만 너무 웃어넘기는 맛에 젖어버려도 곤란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