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결정타-128,1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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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1국
[제8보 (127~146)]
白·李世乭 6단 | 黑·朴正祥 3단

9일 이세돌6단이 또 다시 이창호9단을 꺾자 인터넷은 조용히 들끓었다.

지난달 KT배 준결승과 LG배 결승 3, 4국, 그리고 이번 KBS바둑왕전까지 이창호9단에게 내리 4연승을 거둔 이세돌의 괴력에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 감탄의 와중에서도 많은 이가 "이창호님, 힘 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창호9단에게 힘내라니.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한마디다. 그는 무적이었고 너무도 강해 보였는데 지금은 위로를 받고 있다.

그러나저러나 이세돌6단이 지금의 기세를 계속 밀고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창호의 대반격이 조만간 시작될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을 삼가고 있다. 모르기 때문이다.

'李-李쟁패시대'가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시대가 어떤 양상을 보이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세돌6단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하지만 이창호9단의 바닥을 모르는 잠재력이 다 드러났다고 보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바둑계도 어느 틈엔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이 판은 백이 저만큼 앞서서 질주하고 있다. 흑의 박정상3단은 마지막 추격전 무대로 상변 일대를 상정하고 있다. 다만 상변은 A쪽과 중앙 쪽 두 군데가 터져 있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렵다.

그래서 고심하던 중 朴3단은 일단 127로 단수했는데 선수라고 생각한 이 수가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볼 수도 있다.

128 끊은 다음 130 붙인 수가 날카로운 맥점이다. 이세돌은 상대가 127에서 머뭇거리는 틈을 타 확실하게 승부를 결정짓고 있다.

134까지 선수해 흑을 포도송이로 만든 다음 136에 지키자 흑은 137의 수비를 생략할 수 없다. 이 수를 손빼면 '참고도'처럼 흑이 한 수 부족.

결국 흑이 기대했던 상변과 중앙이 136까지 선수로 무너지면서 흑의 추격 희망은 확실하게 물거품이 됐다.

이 판은 이후 흑이 눈부신 추격으로 간격을 좁히긴 했으나 결국 백의 3집반 승으로 끝났다. 146 이후는 총보로 미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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