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조각가 김일용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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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찢기고 동강난 팔다리와 몸통이 파편 무더기를 이뤘다. 조각가 김일용(46)씨는 이 작품에 '신체의 기억'(사진)이란 제목을 붙였다. 합성수지로 살아 있는 몸을 떠낸 조각작품은 섬뜩하고 처절하다. 이 덩어리진 몸뚱이에서 우리가 불러올 수 있는 기억이란 무엇일까.

텔레비전이 매일 토해내는 이라크전의 영상들 또는 20세기의 수용소나 광장 풍경이 머리를 스쳐간다. 작가는 그 이미지들에 바로 작품을 보고 있는 '당신'이 스스로를 끼워넣는 동감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을 불어넣는다.

'신체의 기억'이 삶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타인에 대한 연대감을 일으키는 촉각적인 묵시록이 되기를 작가는 의도했다. 서울 서교동에 새로 문을 연 아트스페이스 휴(대표 김기용)가 개관기념전으로 마련한 '김일용 초대전-몸'은 18일까지 이어진다. 02-333-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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