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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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저승에는 아귀계라는 곳이 있다. 폭덕을 잃고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여기 사는 아귀들은 굶주림과 갈증의 고통을 받으며 언제까지나 구제받지 못한다.
그들중의 으뜸은 부모를 학대하거나 존속살인을한 흉악 무도한 죄인들이다.
최근에 2천5백만원짜리 보험금을 노리고 자기 어머니를 교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아들이있다.
살아있는 아귀라고나할까. 그러나 그의 사진을 보면 지옥도에서 흔히 보는 아귀들처럼 흉악스런 표정은 아니다.
그가 흉악해질 까닭도 전혀 없었다. 그는 네아들중에서도 제일많은 귀여움을받아온 막내아들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살림도 아니었다. 금전만능의 병리에 젖은 탓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상식적 얘기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언젠가 한 국제기관에서 세계를 통한 청년들의 의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인간의 본성은 악이다』라고 대답한 청년은 일본이 33%로 제일 많았다.
그 다음이「필리핀」·인도의 순으로 되어있었다. 가장 적었던 곳이「스위스」의 15.4%였으며, 그 다음이 미국·영국으로 되어있다.
사회가 안정되어 있을때에만 인간의 존엄성이며 가치를 찾게된다는 얘기일까.
그렇다면 가장 높은 고도성장을 했다는 일본의 경우는 뭣이라고 풀이해야 옳을 것인가.
가난만이 사람을 나브게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닌 모양이다. 인륜이 무너진 탓이라고만 개탄하는 것도 수수께끼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그는 여러달을두고 어머니를 죽일 궁리를 했다. 어머니를 죽인 다음에는 둘째형까지 죽이려 했다고 한다. 좀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동안 한번도 망설임이 없었다. 윤리의 완전한 불감증환자였거나, 아니면 편집광이었다고나할까.
물론 그에게는 뉘우치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죄와 벌』의 주인공「라스콜리니코프」와같이 냉혹하고도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와는 전혀 다른「타입」인게 틀림없다.
현대에 들어와서부터 이상범죄들은 많다. 그것은 이상성격의 소유자들이 늘어난 탓이기도 하다.
이번범인은 홀어머니의과보호속에서 제멋대로자란 너무도「허약한 인간」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사소한 불만에도 견딜힘이 없었다. 사회와 맞설 자신도 없었다.
이런데서 생기는 욕구불만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어머니에게 늘 쏟아왔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어머니의 목을 조르면서 어떻게 그는 한가닥의 뉘우침도 없을 수 있었을까. 정녕 우리는 말세에 살고있는 것일까.
정녕 인간의 본성은 악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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