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극작가 「올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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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왜 희곡을 쓰냐구요? 나는 극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극작가가 되었을 뿐이빈다.』
「올비 자작연출무대」의 서울공연을 위해 내한한 자신의 극단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미극작가「에드워드·올비」씨(52)는 2일상오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작업과 연극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계층간 의사소통의 부재를 그린『동물원이야기』나 미국에 있어서 잘못 부과된 가치관을 꼬집은『미국의 꿈』등 사회비평적 작품들이 쓰여진 60년대 보다 미국의 상황이 조금도 나아지지않았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자기로 하여금 극작을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극작가로서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계속 쓰는 것은 사회개선에의 근본적인 희망을 버리지않고 있기때문이라는 것.
『연출은 극작과 거의 동시에 시작했는데 작가자신의 작의를 관객에게 좀더 분명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대한 과잉보호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올비」씨는「이오네스코」나 「베케트」등 진지한 극작가들이 자작연출의 풍조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얘기한다.
작가로서의 상업적 성공에 대해 묻자 그는 『성공한 작가로서의 잇점은 예술적으로 좀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면서 자신의 경우 그것으로 인해 게을러지거나 안이해지지않고 정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내다보는 연극의 미래는『사회비평자로서, 인간의 의식을 끊임없이 일깨워줄 수 있는 예술』이다.
상업화로만 치닫는 영화와 TV등이 현재 사회교육적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연극이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살아있다는 것을 즐긴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그는 미국에서의 근황에대해『극작가로서 바쁘고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사를 글로 발표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자연스런 장발에 아직 40대로 보이는 「올비」씨는 연극인과의 간담회, 이근삼씨와의 단독대담, 국립극장장이 주재하는「리셉션」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자신의 극단과 함께 4일 다음 공연지인 동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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