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가 덫에 걸렸다"―대 호주전 승리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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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호주의 숨가쁜 결전은 결국 『모 아니면 도』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인 올·코트·프레싱을 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잘 달아나던 캥거루(호주의 상징)가 마지막 순간에 덫에 걸렸다고나 할까.
한국은 전반 대미국전에서 효과를 본 2·3지역방어, 골밑 봉쇄에 역점을 두고 전반을 힘겹게 버텨나갔다. 그러나 후반시작과 함께 호주의 짜임새있는 패스·웍에 눌려 지역방어가 무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난조의 늪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선수들의 전방의 수비진이 유동성있게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코칭·스태프(정주현·신동파)는 마지막 승부수인 프레싱에다 더블·팀·디펜스(두 선수가 공격선수 1명을 적극 방어하는 수비)를 적용한 적극수비를 펼친 것이다. 결국 대 캐나다전에서도 마지막에 시도하다 더욱 큰 점수차로 화를 자초한 이 작전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한국은 공격에서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냈다, 외곽슛이 막히자 센터인 박찬숙이 배구는 않고 지나치게 슛을 난사, 리듬을 깬 것이라든가 가드진은 적극방어로 슛이 막히자 속수무책, 움직이지 않고 서서하는 농구로 일관한 것 등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흠은 번번이 속공타임을 놓쳐 상대방에게 완전수비형태를 만들어준 것이다.
경기가 끝나자 정주현 감독은 『3위권 진출의 결정적인 경기인데다 하도 어렵게 게임을 풀어나가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호주의 짐·대디건 코치가 『아무말하기 싫다. 스코어를 알려면 전광판을 보고 경기상황을 알려면 심판에게 물어보라』고 내뱉은 말은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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