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변호사가 흔들리고 있다|제일 변호사회서 법관·변호사대상 상호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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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법관들은 사건당사자들에게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며 더러는 재판기록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재판을 하고있다. 더구나 법관들은 동료법관·검사·친족·기타외부인사들로 청탁을 많이 받고있고 이 청탁이 재판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법관들의 독립성이 예전에 비해 못해지고 있다. 또 변호사들은 자기가 맡은 사건과 관련하여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판사실로 담당법관을 찾는 이른바 소정외 변론을 하고 있으며 판례공부 등을 게을리 하고 있다. 오늘의 변호사들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사명에 충실하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서울 제일변호사회(회장 김영복) 가 전국의 개업변호사 8백11명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가보는 법관」, 5백41명의 현재 법관을 상대로 한 「법관이 보는 변호사」란 상호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변호사가 보는 법관>
◇법관의 성실성=이 조사에서 변호사들은 법관의 성실성과 관련, ▲판사들의 재판하는 자세가 「대체로 형식적 종결에 급급하다」(43.3%)고 지적하고 있으며 ▲재판기록의 내용을「대체로 잘 파악하지 못한다」(27%)고 주장했다.
◇관료주의적 경향=법관들의 관료주의적 경향은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는데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당사자 또는 증인들에 대한 태도와 말씨(「대체로 경시한다」48·5%, 「전적으로 경시한다」7.5%)가 온당하지 못하다고 보는 변호사가 56%에 이르고 있다.
◇형사재판의 운용=또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검사 측에 유리」하게 운용(88.1%)하고 있으며 특히 ▲법관들이 「지위 높은 피고인에게 관대」(74.1%)하다고 변호사들은 보고있다.
◇청렴성=변호사들은 현재의 법관들이 ▲「청렴하다」(60.4%)고 평가하고 있으나 ▲「대체로 청렴성에 문제가 많다」거나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30.2%나 나왔다.
◇청탁=또 판사가 동료법관이나 검사 또는 법원일반직·친족, 기타 외부인사로부터 청탁을 많이 받고 있으며 ▲이 같은 청탁이「재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변호사는 4.8%에 지나지 않으며 회「더러 영향을 미친다」(63.1%) ▲「상당히 미친다」(28.9%)등을 합치면 94.2%가 재판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립성=변호사들의 61.8%가 「법관들의 독립성이 예전에 비해 못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14.7%만이「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법관이 보는 변호사>
◇사명감=변호사들이 법관들을 이같이 평가하는데 반해 법관들은 개업변호사들이 사건을 수행하며 소신을 편다기보다 ▲「법원의 태도나 정치권력·여론에 약하다」(52.5%)고 보고 있으며 사회적 사명에 충실하기보다는 ▲「대체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55.2%)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판사들은 모 변호사들이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전문분야인 법률학·판례연구조차 게을리 하고 있으며(78.3%) 주변학문의 습득·교양을 위한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소정외(소정외) 변론=▲변호사들이 판사실을 찾아와 사건의 처리를 청탁하는 이른바 「소정외(소정외)변론을 한다」는 응답이 26.6%나 나왔으며 이 같은 행위가 ▲「부득이한 일」이라고 보는 응답율이 18.9%나 돼 예외적으로나마 재판에 있어 합법적이 아닌 변칙적인 절차를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배금(배금) 풍조=법관들은 변호사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사고방식 내지는 인생철학에 대해 21.3%가 「배금주의」로 ▲21%가 「무사안일」이라고 평가, 법관들이 권위주의라는 변호사들의 평가율(25.3%)과 비교해 볼 때 사법계의 전반적인 풍토를 암시해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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