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등교한 단원고 학생에게 관심보다 기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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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월호 참사로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단원고 2학년 학생 73명이 어제 학교로 돌아왔다. 사고 71일 만이다. 이날 아침 학교 정문에서 이들을 포옹하고 격려해준 단원고 학부모처럼 온 국민은 일상으로 돌아온 학생들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또한 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 관계자들이 노고를 아끼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이날 학생 대표와 학부모 대표가 낭독한 ‘국민들께 드리는 글’의 당부 사항을 되새긴다. 학생 대표가 한 말 가운데 “아직도 기자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친구들이 많다”는 대목이 비수처럼 꽂힌다. 재난보도는 무엇보다 사실을 기반으로 신중해야 하며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이뤄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리한 취재 경쟁과 잘못된 보도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드린 적은 없는지 먼저 반성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취재 목적을 위해 아이들을 또다시 고통에 몰아넣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언론의 본분을 지키고자 한다.

 또한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이제 그만해 달라”는 학부모 대표의 호소도 안산시민을 포함한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지금 학교에 복귀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값싼 동정이나 관심이 아니다. 이들의 당부처럼 마음속으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평범한 고교생으로 대해주는 게 학생들의 빠른 복귀를 돕는 길이라 믿는다.

 학생들은 등교했으나 실종자 11명이 아직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유병언씨는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이처럼 세월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세월호 참사를 망각 속에 놔두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구축 등 산적한 과제가 기억의 풍화작용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점검할 것이다.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을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매서운 눈으로 감시할 것이다. 그리하여 희생된 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