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독설공격에 아랍권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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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3보병사단 기갑부대가 내뿜는 포연이 바그다드 도심에 자욱했던 지난 8일 티그리스강 동안의 팔레스타인 호텔 옥상.

검은 베레모에 날카로운 무테안경을 쓴 모하메드 사이드 알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63.사진)이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침략자 시골뜨기 용병들이 무참히 살육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이 대통령궁을 처음 점령했을 때에는 부연 포연 속에 "바그다드에는 미군이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거짓말쟁이'사하프 장관이 아랍 세계에서는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이집트 등 아랍 각국의 주부들은 오후 2시 이라크의 전황 브리핑 시간이 되면 사하프 장관의 모습을 보기 위해 TV수상기로 모여들고, 남자들도 카페에 모여 사하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리고 환호한다.

바그다드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고 한때 영어 교사를 지망했던 사하프의 '심리전용 거짓말'이 미국의 위세에 눌린 아랍권 주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다.

그는 브리핑 때마다 연합군을 병든 개.당나귀, 거머리.흡혈깡패 등으로 비꼬아서 부르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전범.바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부시의 뒤꽁무니를 쫓는 자'로 표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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