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프랑스 문명상 「디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카데미· 프랑새즈」 회원이며 「앙드레· 말로」 에 이어 「프랑스」 문화상을 역임한 「모리스· 뒤옹」씨(61)가 김성진문공장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프랑스」 하원의원이기도 한 「뒤옹」씨는 21일 서울대에서 『문명의 위기 - 그 원인과 결과』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현대문명의 위기는 이미 15세기의 「르네상스」로부터 싹텄으며 17세기부터 크게 번진 과학정신은 기업과 산업발전을 촉진시켜 자본주의를 크게 육성함과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현대문명을 주도한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교정하기 위해 「마르크시즘」이 나왔지만 그것은 이론으로서 사회현상 전체를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만 채 현대문명의 가장 큰 위기인 인간소외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문명의 구체적 위기는 19세기까지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왔던 「마르크시즘」의 이상론이 무너지고 기술문명으로 인간은 영원히 진보하리라고 믿었던 진보신화가 자원부족·환경오염등으로 그 자체가 의심을 받게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뒤옹」씨는 『현재 미국이 상품판매를 위해 인간의 욕망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소련이 인간을 「이데올로기」의 전파대상으로만 보는 것도 인간을 피해자로 만드는 요소』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고 수동적·소극적집단을 만들어 인간 본질을 등지게 하는 TV를 비롯한 모든 시청각수단의 오도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뒤옹」씨는 『한국이 위대한 과거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문명에 적응하려는 대단한 노력을 하고있는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현대문명에 적응하려는데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을 잘 파악하는 것이 전제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문화정책담당자였던 한사람으로서 문화정책의 기조는 『먼저 문화의 전통이 확립돼 그것을 교육시키고, 창조하고, 전달하는 요소가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이끄는데 있다』 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뒤옹」씨는 경주· 판문점등을 돌아보고 많은 문화계 인사들을 만난 후 23일 한국을 떠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