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안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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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갑선생. 그러지 말라우요. 종갑선생은 이제우리측에 기록됐으니까니.』
『기록이라니, 기록이 무슨 말입니까?』
『왜 그렇게 도발하디요, 계속 전진을 해야하는데 말이요.』
남북한대표선수단이 작년12월「방콕」에서 얼굴을 마주쳤을 때 나온 북한대표선수단의 간부가 한 말이다.
「방콕」「아시아」 경기대회 한국선수단 이종갑단장(대한체육회부회장)에게 그들이 「도발」한다고 신경을 곤두세운것은 외국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경기대회에 남북한이 따로 따로 나오는것보다 단일「팀」이 나왔으면 얼마나 좋고, 또 우리는 앞으로 그런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 외국신문기자와의 「인터뷰」가 자기들과는 전혀 관계없는것이고, 결국 「계속전진」 을 방해한 「도발」이었다면서 『종갑선생을 기록해뒀다』는 것이었다.
남북한단일탁구선수단 구성을 위한 판문점 면담에서 북한대표는 정말 「종갑선생」을 기록해뒀는지 『잘있느냐』고 안부를 묻기까지 했다. 물론 남북한탁구 단일구성회의에서의 안부는 그들이 주장하듯 「도발」로서 「계속전진」을 방해해왔다는 뜻에서는 아닌 것으로 해석하고싶다.
탁구의 단일「팀」구성은 누구나가 바라고 있는 일이고 9일로써 3차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어쩐지 아득한 감이 든다. 「조절위」를 제쳐놓고 「조전」으로 「박수대회」 같은 것을 연상케 하기때문이다.
판문점의 탁구회담이 성공하면 대단한 진보다. 만일 성공치못해도 안부를 물어가며 서로 노력을 했었다는 점에서 대견한 일이다. 「기록」이라는 섬뜩한 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노진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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