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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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차범근의 이탈로 인한 과도기적인 진통이 의외로 혹심하다.
화랑이 다소간의 전력약화를 면치 못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으나 설마 일본에 지리라고 까지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축구의 의외성을 강조하여 이번 경기도 그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으나 그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일 것 같다.
화랑이 물론 시종 공세, 전체적인 전력의 우월을 계속 확인했으나 일본「팀」은 후반19분과 26분 10번「마에다」(전전)의 잇따른 결정적「슛」을 포함할 때 화랑보다 분명히 승리의 「찬스」를 더 많이 누렸다.
화랑의 공격「라인」은 일본수비를 휘젓기는커녕 좀처럼 교란시키지도 못했다. 3번「오찌아이」(낙합)를 중심으로 한 일본「풀백」진의 겹 수비는 나무랄 데가 없었고 15번「나가이」(영정) 14번「우스이」(대정) 18번「나까무라」(중촌)에「마에다」까지 가세된 공격 「라인」의 기습 속공은「스피드」와「센스」가 조화를 이룬 부러운 무기였다.
일본선수들의 맹렬한 투지와 만만치 않은 힘과「스피드」에 눌려 화랑은 전반 약15분 이후 제「페이스」를 잃고 흥분, 스스로 경기를 실패로 이끌었다는 느낌도 있다.
요컨대 화랑은 차범근 없는 새로운 공격「시스팀」을 확립하지 못해 몹시도 허둥됐다는 것이 이 경기의 특징이다.
또 조영증 만 빠지면 화랑의 자랑스런 철벽수비가 일거에 종이 벽으로 돌변한다는 취약점이 또 한번 실증되었다.
단순히『일본의 정신력, 즉 근성(근성)의 폭발로 한번 당했다』고 가볍게 생각할 경기가 아니었다.
현재의 화랑은 그 잠재력이「차범근 시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그럼에도 운영의 묘를 잃을 경우에는 이 경기에서와 같이 화랑은 일거에「페이스」가 곤두박질하는 소질이 있음을 교훈으로 남겼다.【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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