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방향 정해놓고 가기보다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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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기류 변화는 7·14 당 대표 경선도 한몫하고 있다.

 전날 완곡하게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던 서청원 의원은 18일 작심 발언을 했다. 서 의원은 인천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국민, 현 정부를 위해서라도 (문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 모두에게 더 이상 부담 주지 말고 스스로 퇴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를 오래한 사람으로서 많은 번뇌를 했다. 새누리당까지 당론 분열로 빠지는 걸 차단하는 게 오래 정치한 선배가 할 도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사가) 잘못되면 전부 비서실장에게 화살을 돌리는데 검증은 밑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보호론이다. 서 의원은 “비서실장이 전부 책임지면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된다”며 “외부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사 검증을 하는 시스템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문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면서도 김 실장을 겨누지 않은 건 노골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당심을 지나치게 자극해 역풍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김무성 의원은 문 후보자의 선(先)해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적극적 해명이 부족했다”며 “오늘 중이라도 그러한 조치(해명)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 의원과 온도차는 있지만 자진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해명을 하고도 국민 여론이 따라주지 않으면 본인의 결단이 있어야 하고 국민이 이해를 한다면 청문회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당 대표 경선에 나온 이인제 의원은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한 방송에서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아무 데도 없다”며 “청와대도 여론 속에서 정치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의심이 지난번 기자회견으로 호전되지 않았다”며 “총리는 일본에 극우 정당이 탄생해 동북아에 어려움을 주는 도발 행태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통령을 보좌해 대응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재선의 김영우 의원은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법의 절차에 따라 문 후보에 대한 분노와 의혹이 옳았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의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도 절차를 통해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경선 주자들에 대해선 “당이 필요할 때 대통령에게 손을 벌리고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입장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이기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원총회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는 “방향성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도 무리가 없다”며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과정을 거치면서 지혜롭게 의원들의 생각이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청문회에서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표단속을 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입장이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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