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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겨울에 여름옷' 갈아입히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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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날까요?” 2기 경제팀이 지난 13일 발표된 뒤 그동안 취재 목적으로 가끔 통화하던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이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지금 시장이 좋아지지 못하면 앞으로 주택시장이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부동산 경기는 차갑다. 지방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체적으로 가격 변동률이 ‘+’일지라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올 들어 상승세를 타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월 들어 전국적으로 4월보다 20% 줄었다. 서울·수도권 거래량은 25%나 뚝 떨어졌다.

 주택거래 감소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지난달 매매대금 3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중개수수료·이사비용·취득세 등 매매거래에 따르는 1500억원 정도도 시장에 돌지 못했다. 그만큼 경제의 윤활유가 줄어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특히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 급감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시장이 한 해 최대 30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가계가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한 배경에는 주택시장 위축도 한몫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은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특히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주택경기가 좋으면 중개업자 김씨도, 이삿짐을 나르는 박씨도, 도배를 하는 최씨도 일감이 늘어난다. 주택건설이 많아지면 옆집 사는 목수 이씨가 ‘공치는’ 날이 줄어든다.

올 상반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다 주춤해진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난데없이 임대소득 과세를 들고나오자 임대수입을 기대한 투자수요가 움찔했다. 임대소득과 상관없는 내집 마련 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주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말마따나 정부가 아직 추위에 떨고 있는 환자(주택시장)에게 여름옷을 성급히 입힌 결과다. ‘진단’이 잘못됐고 ‘처방’이 빗나갔다. 당시 정부에 부동산 정책 조언을 하던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아직 때가 아닌데 왜 서둘렀는지 모르겠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최경환 후보자의 진단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처방이다. ‘여름옷’을 어떻게 ‘겨울옷’으로 갈아입느냐다. 갑자기 수문을 열면(규제 완화) 봇물이 터져 범람한다. 정부 정책은 시장과 발걸음을 맞추는 속도 조절을 필요로 하지만 반걸음 앞서 나갈 필요도 있다.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이 제도 변화에 맞춰 체력을 키울 시간 여유를 두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경제팀 내에 정책을 두고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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