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서 발견된 풍속도 단원 것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서독의 한국 풍속화 병풍은 작가 미상으로 밝혀졌다. 「뒤셸도르프」의「게르트루트·클라우젠」여사(71)가 소장하고 있는 8폭의 대 병풍은 단원이란 낙관이 없고 화법마저 다를 뿐더러 여사 자신이『서울 체류시 단원 그림이란 말을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단원 설의 진원을 새삼 의아해 하고 있다.
「클라우젠」여사는 서울에서 본 단원의 그림과 자기 소유 병풍을 비교해 볼 때 얼굴의 모습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병풍의 그림 중 씨름 장면과 초동들의 휴식장면이 다소 단원의 구도와 닮았지만 그렇다고 단원의 그림이랄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 병풍의 마지막 폭 상단에는「취복노초」란 이름이 쓰여있다.
「필른」동「아시아」박물관「로게르·괴퍼」과장이나 황지현 박사의 견해도 이와 마찬가지.「괴퍼」박사는『선만 보아도 단원 그림이 아니라는 것은 한 눈으로 알 수 있다』는 견해인가 하면 황 박사는 평범한 풍속화라는 설명이다.
「클라우젠」여사는 1901년부터 5년간 고종의 어의를 지낸「분슈」박사의 외동딸로 3개의병풍을 유산으로 받아 현재 2개를 보관하고 있다.
대형 병풍과는 달리 서울에서 가져온 또 다른 8폭의 중형 병풍은 낙관마저 없는데다 그림이 변색되고 크게 찢어진 채 창고에 보관 중이다. 나머지 한 폭은 전쟁 직후 친지에게 넘겨진 후 행방을 모른다는 것이다. 【본=이근양 특파원】

<최순우 국립 중앙 박물관장의 말>
지난 9월말께 서독에서 왔던 풍속화「필름」은 당초 35㎜에 담아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그림 자체는 괜찮아 보이므로 혹시 단원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성급하게 와전돼 단원이라 단정적으로 보도됐던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