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5천억 이상 몰려 붐비는 사채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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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부동자금이 사채시장에 몰리고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당국의 긴축금융조치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부동산 및 증권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져 사채시장이 8·3조치이후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의 특징인 「호황 속의 긴축」으로 기업의 자금수요와 제도금융과의 간격이 넓어져 사 금융시장의 규모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사채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자금 규모는 5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있다. 예컨대 서울명동의 경우 하루평균 4억원쯤을 유통시키는 사무실이 10여 개나 있고, 사채수표의 교환기간이 40∼60일인 것으로 미루어 명동파만 1천6백억원 내지 2천5백억원의 엄청난 자금 동원력이 있는 것으로 업체는 보고있다.
또 명동 다음의 조직사채로는 부산의 중앙동과 서울의 소공동지역이 있으며 소액전문으로 종로·청계천 지역 등이 성업중 이다. 관계업계는 사분 시장의 총 규모가 줄잡아 5천억원이상으로 작년연말의 2천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보고있다.
사채의 거래는 간판도 없는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데 『돈보고 돈주지, 사람보고 돈주지 않는다』는 철저한 신용본위에서 담보도 없이 어음 또는 수표의 배서로 교환이 성립된다.
사채업자는 정보망이 막강해 기업의 건실 도를 매기고 단자회사들의 어음잔고까지 파악하고 있다.
요즘 일류어음의 월이율은 ▲1천만원 이하=3·9∼4% ▲5천만원 이하=3·7∼3·8% ▲1억 원 이상=3·5∼3·6%로 작년연말에 비해 0·5∼l%나 올라 있어 자금난을 반영하고있다.
돈은 이윤이 많은 곳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어서 최근에는 단자회사들의 예수금 마저 사채로 흘러 일부 단자회사는 사채꾼들과 결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자마다 예금은 줄고 대출은 회수되지 않아 하루평균 40억∼50억원이 모자라 사채를 얻지 않을 수 없어 사채업자들이 일정한 기업에 대출하도록 돈을 맡기면 단자에서 대부 한 것처럼 전달하고 이자는 기업과 사채업자가 주고받는 편법이 쓰이는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닫고 증권시장이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직접금융기관들이 모두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사채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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