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갈수록 악화…기업들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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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의 자금사정이 날로 악화되어 유수한 대기업들 마저 부도 일보직전에서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해 나가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대출이 사실상 봉쇄되고 증권과 부동산 경기마저 퇴조된 상황 아래서 기업의 자금 수요는 사채시장으로만 쏠려 사채 금리가 폭등하고 구득난까지 겹쳐 기업 자금난을 더욱 핍박하게 몰아가고 있다.

<자금사정>
K·D·H사등 대기업들의 융통어음이 사채시장에 월3·5%이상의 고리로 나오는가 하면 연리 24%에 1년분 선이자 조건의 무보증사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은행대출은 실행융자액의 대부분이 부도 방지를 위한 긴급대출로 정책금융을 제의하고는 대부분 구제금융의 성격을 띠고 있고 단자시장도 신규대출의 거의 대부분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부득이 어음개선을 통해 기간 연장을 해주는 연장 대출이거나 부도를 막기위한 긴급 대출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정상적인 자금 지원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원인>
자금사정이 이처럼 핍박하게 된 것은 ①올 상반기의 호황을 반영하여 기업들이 지나친 설비투자의 확대를 계획, 진행중이고 ②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은 당국의 긴축 금융정책으로 사실상 막힌데다 ③자본시장의 침체로 증자· 사채발행등을 통한 직접 조달이 불가능하며 ④부동산 경기마저 퇴조하여 보유 부동산의 처분 길이 막힘으로써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사정의 긴박성을 반영, 일부 대기업조차 사원봉급을 5∼10일씩 늦추는 사례가 발생하고 같은 「그룹」내의 회사간에도 「보너스」나 봉급 지급일에 차이가 생기며 심지어 자금과는 관계가 없는 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조차 조별로 사채끌어 대기에 바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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