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권하는 말] 그대의 말 한마디, 비수 되어 찌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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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옆집 애는 일등이라는데…"

무심코 던지는 말은 폭력이다. 듣는 이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놓는다.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살림이나 하면서 나서기는…"

상대를 무시하는 말은 칼이다. 말 못하는 이의 가슴을 찌르고 후비고 저민다.

"기껏 만든 기획서가 이 정도라니 초등학교는 나왔나?"

비아냥 역시, 소리 높인 육두문자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지만, 그래서 말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말만큼 헤프게 마구 쓰이는 것도 없을 성싶다. 말이 씨가 되어 다툼이 일고 재앙을 부르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고함과 욕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생각없이 하는 말도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조상들이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등의 속담을 남겼겠는가.

'이 정도밖에 안돼?'(오타니 유리코 지음, 장미화 옮김, 이젠, 200쪽, 8500원)를 펼쳐보자.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해봤자 소용없어요" "좋을 대로 하시죠" 등 흔히 듣고 쓰지만 삼가야 할 말들에 관한 에세이다.

"왜 …한 거야?"라고 묻는 것은 잘못이란다. '왜'라고 물으면 '때문에'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핑계를 댄다느니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느니 하는 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란다.'왜'라고 원인을 추궁하기보다 건설적 대안을 모색하는 대화를 생각하라고 충고하는 식이다.

조리있는 말이 아니라도 좋다. 잘 꾸민 말이 아니라도 무방하다. 듣는 이를 배려한 따뜻한 말이면 말문을 막고, 의욕을 떨어뜨리고,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확 줄어들 것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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