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키」 이강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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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큰 대학에는 외국학생이 많다. 학교마다 외국학생 선발 규정이 다르다.
만일 1등한 외국학생만 뽑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보자. 뽑아야 할 학생수보다 지원자수가 더 많으면, 어느 1등을 뽑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1등을 모아 놓고 다시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일본의 1등은 중국의 2등에 비유되고, 중국의 2등은 한국의 3등에 비유된다는 식의 말이 가능해지는 재료가 필요해 진다.
나라별로 등수를 분석하고, 비교 검토한 후, 생긴 새로운 등수 표가 하나의 믿을수 있는 기준으로 남는다면 일이 편해진다. 새로 생긴 등수포가 선발의 「마스더·키」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끔 된 이유는 요즈음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연주가들을 상대로 한 신문의「인터뷰」기사 때문이다.
거기에는 누구랄 것 없이 화려한 경력이 소개된다.
기사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일단 믿을 수는 있다고 하나, 관심있는 독자에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소개된 경력이 과연 어느정도의 수준급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어느 음악 「콩쿠르」 에서 1등을 했다는 경력이 소개됐다고 했어도 독자는 여전히 그 연주가의 수준을 알 재간이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콩쿠르」는 많다. 외국의 그 수많은 「콩쿠르」 의 권위를 책정할 방법이 일반 독자에는 없다. 1등을 비교할 「마스더· 키」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 돈을 들여서 외국 연주가를 초빙할 때에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제3회 「대한민국 음악제」의 총평에서 필자가 지적한 바도 있지만 「마스티·키」 없이 초빙된 외국 연주가들이 『곧잘하는』 범주 이상의 연주가가 되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그것대로 꺼 나가야 한다.
그러나 미래에 생길 발등의 불에 대비해서 사전의 섬세한 계획은 필요하다.
세계의 저명한 대학. 각종 음악단체, 혹은 음악 사업가들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오랜 시일이 걸려도 좋다.
요즈음 「서베이」 전문가들의 방법론은 극도로 발달되고 있다. 이 방법의 힘을 비는 것도 바람직하다.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세계 방방곡곡에서 자료수집을 하여 제나름대로의 세계적 연주가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등급표 내지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면 일은 얼마나 쉬워질까.
문화부 기자의 책상서랍에 언제고 이「마스더·키」가 있고, 그것이 「인터뷰」기사의 참고 자료로 제공되면 독자는 점차로 그 궁금증음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인터뷰」기사를 대할 때마다 해본다.

<서울대교수·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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