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개혁, '셀프' 아닌 국회 주도가 정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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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여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협치(協治)의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져가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피해자 가족들을 참여시키고 진도에 상황실을 둔 것도 이런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개조론은 그 충정에도 불구하고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난 정부에 개혁 주도권이 쥐어졌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회에 국가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건 시의적절하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월호 사태의 원인은 국가시스템의 실패”라며 “국회에 국가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국회개혁위원회, 정부개혁위원회, 민생개혁위원회의 3개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주장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정부개혁위원회다. 그는 깨끗한 정부는 관피아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관피아 개혁을 정부한테만 맡길 수 없으니 여야정이 함께하는 정부개혁위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자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개혁의 주체가 정부에서 여야정, 즉 국회 주도로 바뀌는 셈이다. 일단 정부에 의한 이른바 ‘셀프 국가개조’를 넘어서는 모양새다. 정부를 대상으로 개혁할 능력이 국회에 있느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관피아 개혁의 명분에 관한 한 야당의 입장은 더 선명하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최근 “당내에 관피아 대책과 정부조직개편을 다룰 2개의 TF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정권은 변해도 관료는 영원하다’며 어느 쪽에서 정권을 잡든 자기들끼리 유착과 이익을 추구하는 관피아 문화는 여야가 공공의 적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여야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다툰다 해도 관피아 악습과 싸우기 위해 손을 잡는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이 대표가 일본식 어감에 지시적 느낌을 주는 국가개조보다 국가개혁이란 표현을 쓴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가개혁특위 구성에 여야정 외에 민간·시민 분야를 추가하면 정당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