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7일 대통령궁을 비롯한 바그다드 중심부를 전격 장악하자 그동안 이라크군의 선전을 응원하던 반미(反美)적 아랍인들은 실망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공화국수비대를 비롯해 그 많은 이라크군들이 도대체 어디에 갔으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무척 의아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알 아라비아TV는 "최정예라고 불리던 공화국수비대가 미군에 제대로 맞서 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무너진 것에 의아해하는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라크군이 바그다드로 통하는 다리를 끊고 곳곳에 참호를 파 게릴라전을 펼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 마디나의 할리드 바탈피 편집장은 "후세인이 언젠가는 물러나겠지만 조금 더 버텨 중동을 얕잡아보는 미국에 뼈아픈 교훈을 안겨줬으면 좋겠다는 게 이슬람인들의 공통된 정서"라고 말했다.
미국에 비판적인 아랍인들 사이에는 미국의 군사적인 승리는 인정해도 정치적인 승리는 어림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 와탄은 "전쟁은 일단락되더라도 이슬람 원리주의가 창궐하고 쿠르드족 등 소수 민족이 분리독립 운동을 강화해 이 지역에 또 다른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 국가 중에서 가장 친미적인 입장을 보이는 쿠웨이트의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 일간지 알 라이 알 암은 "우리가 미국을 지원한 것이 옳았다는 사실을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