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혐의자 재판」은 부당|미 「미네소타」대 신문학과장 「길머」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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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의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것은 거창한 문제다. 언론의 국제적인 책임이란 건 아직은 더욱 추상적이다. 그래도 한국은 박동선 사건을 통해서 미국언론의 국제적인 책임이라는 문제를 따져 볼 기회를 가졌다.
「미네소타」대 신문학과장 「도널드·길머」교수(50)는 20일 『미국의 언론이 외국의 언론과 국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말하면서 미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언론의 국제적 책임부담을 한마디로 부인했다.
한국국제문화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길머」교수는 미국의 언론이 외국, 특히 약소국 언론에 미친 영향은 그들 국가 언론인들의 미국유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귀국하면 미국언론과의 관계는 거의 단절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신문학계에서 진보적인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길머」교수는 언론의 대 사회관계 및 언론법 등에 관한 많은 저서와 논문을 가진 이 방면의 권위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유죄판결 이전의 혐의자에 대한 언론의 과대보도를 크게 비판하고 있는 그가 『박동선 사건 당시 내가「워싱턴·포스트」지나 「뉴욕·타임스」의 편집국장이었다 하더라도 나의 보도 태도는 별다른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재판 이전의 박동선 사건에 대한 이들 신문의 보도자세를 옹호하는 이론적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길머」교수의 어느 한국인 제자는 『이것은 그가 미국신문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라고 그의 미국언론에 대한 평소의 자부심을 설명했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언론에 대해 편견이 없지 않았다고 시인한 「길머」교수는 이번 기회에 한국을 배우고 가겠다고 말하면서『「정확한 보도」만이 언론의 기본적 가치관이며 대중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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