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에 놀라깨자 엄마·아빠는 이미 저승에…|213동 105호의 「재로」「영로」군 병원서도 "엄마"만 찾아|5년만에 집장만한 맞벌이부부|"화약고가 우리의 꿈이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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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공 신반포 「아파트」폭발 참사로 213동 105호 이재로(4)·영로(3)군 형제는 단잠도 채 깨기전에 아빠 이지근씨(35·조흥은행관악지점대리)와 엄마 박성숙씨(30)를 한꺼번에 잃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됐다.
형 재로군은 폭발하는 파편에 머리를 다치고 동생영로군도 부서진 벽에 깔려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순천향병원에 입원, 이모 임성문씨(26) 의 품에 안겨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어대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했다.
함께 중상을 입은 이씨의 장모 최갑순씨는 혼수상태속에서도 『저 어린것들을 두고 먼저가다니』라며 소리없는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출근준비를 하다 변을 당해 치료를 받던 오태진씨(40·미8군 통신기사·213동103호)는 뒤늦게 부인 우정자씨(35)와 막내딸 선주양(6) 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졸도했다가 정신이 들자 환자「가운」을 입은채 순천향병원입원실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청담동 배외과에 입원중인 나머지 3남매의 생사를 확인하러 가기도했다.
맞벌이부부로 악착같이 저축해 결혼 5년만에 집장만을 한 조동란씨(30·여·성남중양호교사)는 「기브스」를 한 다리의 통증도 잊은채 『화약고 속에 사람을 들어가 살라는 격』이라며 업자와 당국의 무책임을 성토하며 사고순간의 악몽을 되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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