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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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7대 선진공업국 수뇌들이 풍성한 말의 잔치를 벌이고 본을 휩쓸고 지나갔다. 국제사회의 실력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지난16, 17일 이틀간「본」은 국력전시장이 되었다. 이들 참가국들은 저마다 호텔 한두 개를 몽땅 전세내야 하리만큼 대표단 규모부터 컸다.
자 국산 승용차를 끌고 왔는가 하면, 경호원도 동반해『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모든 것을 본국으로부터 수송했다.
여기에서「과시 욕」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 동안 선진국들이 입버릇처럼 외쳐 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부의 분배문제가 어떻게 결말나느냐 하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 문제는 역시 결론이 없이 끝났다.
자신들의 문제라면 밤을 새워 가며 숙 의해 온 그들이 개발도상국의 문제에는 몇 마디 「형용사」만으로 매듭지었을 뿐이다.
개발도상국에 관해 선『세계경제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정도의 치사(?)만 내려졌다. 그러면서 그들은 달러 가치하락에 따른 통화 문제나 실업자 해소든 자신의 문제에만 숫자까지 들춰 가며 열을 올렸다.
또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수입을 개방하자고 합의하면서도 막상 자국과 관련되면 제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실을 이것저것 내세웠다.
회의에 참석 못한 개발도상국가로서는 선진국의 엄살에 과민 할 것까지는 없겠으나 이들 국가의 경제정책이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한 수출주도형 중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 같은 나라가 관심을 안 가질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관심은 명백한 사실- 세계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부국들의 논리에는 고금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의 철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이근량 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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