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진상 엄정히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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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민정수석실로부터 구두 보고를 하나 받았다. 몇몇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측근들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에 대한 중간 내사 결과다. 보고에는 나라종금 사건도 포함됐다고 한다.

盧대통령은 "관련자가 누구든 의혹이 있다면 수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검찰이 나라종금 사건에 대한 재조사 입장을 밝힌 다음날인 5일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검찰은)대통령의 측근이 관련됐다는 점을 고려하지 말고 엄정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도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 "대통령 입장은 '있는 대로 밝히라'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종금 재조사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심정은 두 갈래다. 우선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거론됐던 이 사건을 이번 기회에 깨끗이 털고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盧대통령 관련설'을 계속 흘리면서 보이지 않는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文수석은 "돈이 건네졌을 당시 盧대통령은 의원 신분이었지만, 대선 후보도 아니었고 로비를 받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이번 재조사에서 돈의 성격이 분명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희정씨는 생수회사 투자금조로, 염동연씨는 생활비조로 돈을 받은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검찰이 판단했으면 두 사람을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어야 했는데 수사를 끌어온 게 더 문제 아니냐"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나름대로 이 사건의 윤곽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걱정은 다른 데 있다고 한다. 나라종금 재조사를 계기로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한다고 해도 여론이 수긍하느냐가 문제다.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만약 돈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적절치 못한 행위가 있었거나, 돈의 사용처를 놓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권 차원에서는 부담"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그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먼저 나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한 것은 비리 처리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개혁의 추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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