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끝나면 달러-유로 환율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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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에는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고, 미국.유럽 대륙 간에 치열한 환율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0) 미국 UCLA대 교수는 도쿄(東京)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의 돈.기술이 유럽으로 몰리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과거의 미.일 무역전쟁보다 더 치열한 경제전쟁, 특히 환율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마에 교수는 미국 경영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일본법인(매킨지 재팬)회장을 역임한 경영컨설턴트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평론가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인터뷰 전문은 7일 발간되는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5일자)에>

-이라크전 이후 세계 경제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전쟁 후 세계 많은 국가로부터 적대적인 시선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 대국을 재건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힘은 외국에서 돈.기술을 빌려오는 파워경제였다. 그러나 전쟁 후에는 세계의 많은 자금.기술이 유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 리더십 不在로 일본 쇠퇴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리더십의 부재다. 기술.돈은 있지만 리더십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제정책도 큰 문제다. 안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하도록 하면 되는데…이젠 너무 늦었다. 향후 5~10년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유지하겠지만 서서히 쇠퇴해 스페인.포르투갈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위기가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이 북핵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닌가.

"일본은 현재 바닥을 헤매고 있어 뭐든지 남의 탓으로 돌린다(웃음). 솔직히 북한이 일본에 끼칠 수 있는 최대 타격은 노동 미사일 20발 정도로,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때와 유사한 5천명 정도의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대신 미국의 공격으로 북한 정권은 끝이 난다. 일본도 그 정도의 위협은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책의 최대 변화는 자국민과 국토를 지키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한국과 일본을 지켜야 할 의무를 미국은 더 이상 느끼지 않고 있다. 한국 내에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주한미군을 일본 오키나와나 괌으로 이전한 후 한반도에 문제가 생긴 후에야 출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전 이후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盧정부 재벌정책 불분명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속, 포스코 회장 교체 등 일련의 사태를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재벌에 대해) 더 엄한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목표가 재벌 해체인지, 기업 간 공정한 규칙 마련인지 잘 모르겠다. 대안을 내놔야 한다. 현대의 대북 송금 사건은 역사적 평가를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안되고, 새로운 산업 창출을 위한 교육 개혁 등의 다른 조치가 없으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경제로 진입하지 못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의 세계관 속에는 '대(大)한민족주의'사상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예전에 일본의 '대(大)일본제국'과 비슷한 발상이다. 글로벌 시대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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