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베이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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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멀지않아 「시험관아기」가 고고의 소리를 지를 것이라는 외신이 있었다. 영국북부의 한 한촌에 사는 A부인은 결혼 9년 동안 아기를 갖지 못해 몹시 고민했었다. 현대의학은 이제 그 애틋한 소망을 시험관속에서 풀어주려고 하고 있다.
시험관아기는 한마디로 「프라스코」(시험관)속에서 난자와 정자를 결합시켜, 그 수정난을 여자의 자궁 속에 이식해 키워낸 아기를 말한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이런 과정은 거의 신비의 경지를 방불케 한다. 우선 여자의 난소조각을 시험관속에서 성숙시키면 난자가 떨어져 나온다. 한편 정자를 바로 받아, 그것을 여자의 자궁 속에 2, 3시간 넣어 두었다가 배양액 속의 난자와 결합시킨다. 자연의 섭리대로 자궁을 거쳐 나온양 그 조건을 그대로 갖추어 주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 수정난을 다시 자궁 속에 넣어 아기로 키워 내는 것이다.
이런 실험은 이미 개구리나 닭의 경우 과학자들에 의해 성공을 거두었었다.
인간의 경우는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20여개 연구소에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 영국은 그 첫 성공을 기록할 모양이다.
의학의 진보는 인류가 한결 같이 소망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제 「시험관아기」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그것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연상되는 일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완전 인간이 탄생할 것인가의 궁금증이다. 만의 하나라도 이상인간이 태어난다면 그 비극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인간의 탄생은 화초의 재배나 강아지의 양육과는 다르다. 한 인격체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3자의 난자나 청자가 시험관아기의 「재료」가 되었을 때, 그 아기를 기른 「의부모」가 과연 실부모와 같은 사랑과 희생을 바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정자를 제공했던 제3자가 어쩌면 자신의 정자로 만들어진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반드시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닐 것이다.
만일 「시험관아기」가 대중화하는 시대에는 모든 여성들이 아기를 낳는 고통을 기피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자궁만을 빌려주는 여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피와 땀으로, 그리고 고통 속에서 빚어낸 아기가 아닌 아기들에게 어머니는 참말 어떤 애정을 베풀지도 의문이다. 공상소설에나 있을 법하던 일들이 곧 우리의 현실에도 재현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도덕이란 어떤 시대·어떤 세상에서든 인간의 세계와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런 세계는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곧 비극이 되고 만다. 「시험관아기」의 울음소리가 오히려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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