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명이 본 '미야자키표 특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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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62)감독이 1997년 발표한 '모노노케 히메(도깨비 공주)'가 25일 개봉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1천4백20만명이 관람, 당시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2백4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작이 될 것이라는 소문, 그의 작품에 처음으로 낭자한 선혈에 사람의 목과 팔이 떨어져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다는 점, 수작업만 고집해온 그가 처음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점 등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목받은 근본 이유는 그간 미야자키 감독이 추구해온 자연친화적 사상이 절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묻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가." 이 민감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관객이 망설이는 사이 그는 결론짓는다.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다."

그는 세 명의 인물을 내세운다. 철을 만들기 위해 숲을 훼손해야 하는 타타라 마을의 여(女)군주 에보시와 그런 인간들을 저주하고 공격하는, 들개에 의해 길러진 숲의 소녀 산. 그리고 자신에게 내린 재앙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이들 사이에 개입하는 에미시족의 젊은 후계자 아시타카가 그들이다.

에보시와 산은, 아니 인간과 자연은 서로를 증오한다. 증오는 상대를 죽여야 자기가 살 수 있다는 극단의 적개심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 첨예한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 아시타카는 고군분투한다. 증오 대신 이해를, 욕심 대신 희생을, 장렬한 죽음 대신 살아남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온 몸으로 외친다.

"자연의 증오와 한을 인간이 알아야 한다"며 "인간이 자신의 생존방식을 조금씩 양보하면 자연은 더 큰 것을 되돌려준다"는 미야자키의 주장을 듣다 보면 1백3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전체관람가이긴 하지만 앞서 지적한 다소 잔인한 장면 외에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묻는 점에서 성인용에 가깝다.

특히 장쾌한 자연경관, 신비한 숲의 정령들,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화영화의 스케일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야자키 감독과 콤비를 이루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이 작품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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