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의 저구마을 편지] 아버지는 마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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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법사 영화가 도시 아이들 마음을 설레게 하고 한 일년쯤 후,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며칠 동안 마법사 얘기를 입에 달고 살더군요. 어느 날인가 저녁을 먹는데 딸이 아버지도 마법사냐고 물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저도 마법사인 듯하더군요. "응." "아버진 어떤 마법을 써요?" "휘리릭, 너희 둘을 만들었지." "와, 대단하다. 우리도 마법나라에 데려가 주세요." "그래." 그날 저녁부터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마법나라에서 신나게 노는 꿈을 꿉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마법사가 되었고, 아이들은 그 비밀을 간직하며 삽니다. 그 비밀을 말하고 다니면 아버지의 마법이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가 영화에 나온 마법사가 아닌 걸 알게 되겠지요. 실망이야 하겠지만 곧 자기들 눈에 비쳤던 마법 같은 일들이 아버지의 땀으로 이루어진 걸 알게 될 거고요. 그때쯤 아이들도 자기 아이들의 마법사가 되어 있을 겁니다. 하루하루 사는 일이 마법 같이 놀라운 일인 걸 깨달으면서 제대로 된 어른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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