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쇼」명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판문점이 이제는 기묘한「나체쇼」의 명소가 되어 버렸다. TV화면에 비친 북한송환자들의 몸매는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차라리 건강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깡마른 체구의 사람들이 몸부림을 치듯 옷을 벗어 던진다. 망측스럽기보다는 측은한 느낌이 든다. 그 사회, 그 체제가 뭐길래 저처럼 발악을 하는 것일까.
『모든 괴상한 제도 가운데 가장 괴상한 제도-.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E·루트워크」교수는 북한의 체제를 이렇게 묘사한 일이 있었다. 그는 북한을 『전세계의 폐쇄적인 체제가운데 가장 폐쇄된 체제』라고 비판했었다.
지난 30여년 동안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이 「커튼」을 내리고 주민들을 훈련시킨 결과는 필경 그런 것인 모양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강요하고 또 강요당하는 체제.
북한의 주민들은 이젠 그런 것을 생존의 양식으로 삼게 되었다. 다른 체제의 옷을 벗어 던지지 않고는, 다른 체제의 공기를 뱉어내지 않고는 주위의 가시 같은 눈총을 견뎌 낼 수 없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심리의 바탕을 열등의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판문점의 「나체쇼」도 매양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맹목적 충성심」의 시위다. 단 하루도 단 한시간도 그런 시위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도, 살수도 없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모든 사람은 재미도 없는 연극을 끝도 없이 반복, 또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생활을 복잡한 미국주간지「뉴스위크」는 『밀집행진 대형의 나라』라는 기묘한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대형 속에선 모두가 하나의 규격품으로 부속품의 신세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누구하나 몸짓이나 걸음이 이상하면 금방 추방되거나 매도당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전세계에 전송되는 외신사진이 하나 있다. 동독의 가족들을 방문하는 서독국민들의 행렬. 이들은 예외 없이 선물 꾸러미를 껴않고 있다. 동독의 관원들도 그것을 집어 내던지는 사람은 없다.
동독에서 서독으로 가는 사람들도 필경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독일선수들을 위해 동·서독은 「베토벤」「심퍼니」9번의 연주를 자청한 일이 있다. 이념은 분단되어 있지만 민족은 하나라는 생각을 그들은 버리지 않고 있다.
한민족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오늘은 마침 7·4공동성명을 발표한 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