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셀 코리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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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피델리티.캐피털.슈로더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는 때가 셀 코리아(Sell Korea)의 시작이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홍콩법인의 황성준(40.사진)아시아 주식 담당 사장은 "최근 대규모로 이뤄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셀 코리아로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CSFB 본사의 영업전략을 결정하는 글로벌증권운영위원회의 아시아 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黃사장은 "1억~2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운용하는 해외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판다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며 "이들은 원래 장기 보유보다 잦은 매매를 통해 단기 수익을 올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형 펀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종합주가지수가 최악의 경우 200~300선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黃사장은 특히 한국 증시는 반도체.은행.통신 등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해 다양한 업종이 포진해 있고, 유동성도 풍부해 헤지펀드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黃사장은 "셀 코리아가 아니라고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수출.내수 위축과 소비자 금융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증시가 올해 20% 정도의 기술적 반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가 변동성이 커 주가가 오르더라도 금세 하락할 것을 우려해 쉽게 매수에 나서길 꺼린다"고 전했다.

SK 사태에 대해 외국인들은 기업 투명성 제고는 '몰아치기식'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카드사 부실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黃사장은 "정부가 한국 정보에 목말라 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설명회(IR)를 열어야 한다"며 "숫자만 늘어놓지 말고 외국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현안을 정확히 짚어줘야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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