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동호회] 한국석유공사 '탁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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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 2층에는 80평 규모의 탁구장이 있다. 점심 시간마다 탁구경기 열기로 가득하다.

"우-와"하는 탄성과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를 들으면 영락없는 경기장 분위기다. 실제로 경기가 열리면 관중만 50명이 넘는다.

점심때 등 휴식시간을 이용해 탁구를 즐기는 동호회원들은 탁구대에서 불꽃 튀는 일전을 벌이며 직장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석유공사 내에 있는 여러 동호회 가운데 탁우회(卓友會)는 직위 고하와 남녀노소의 구별 없이 가장 사랑받는 모임의 하나다. 네트 앞에 서면 부사장이나 말단 직원이나 똑같은 동호회원일 뿐이다.

탁우회는 1997년 2월 결성됐다. 현재 회원수는 30명. 총무를 맡고 있는 감사실의 신승훈(36)대리는 "탁구는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운동량이 많고 특히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소개했다.

내로라하는 탁구매니어들이 모였기에 간혹 사내의 화제를 만들고 웃음거리를 제공한다. 스윙 후 몸이 한바퀴 도는 부사장, 긴 팔로 네트를 자주 건드리는 경영관리실장,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그만이라는 환상의 콤비 등.

지난해엔 탁우회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는 아픔도 있었다. 실력을 뽐내던 탁우회원들이 이웃 동네인 의왕시의 탁구동호회와 가진 친선 경기에서 참패를 당한 것이다.

특히 상대팀이 주부회원들까지 섞인 혼성팀이어서 탁우회 남성 출전팀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겨버렸다.

공포의 스카이 서브가 장기인 탁우회장 김진석(49) 기획조정실장의 탁구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업무적으로 밀접하지 않으면 1주일에 한번도 만나기 어려운데 탁구공 하나로 서로 땀을 흘리다 보면 동질감을 금방 되찾아 좋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탁구장은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해 동네 사랑방 구실도 한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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