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의 대한발」보다 저수율 더 낮아|「가뭄 10년 주기」…대책은 어느 정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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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의 봄 가뭄은 모내기전의 가뭄이 든 점에서 68년의 가뭄과 비교되고 있다.
한발의 유형은 이앙전기형과 이앙후기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지난 10년간 겪었던 4차례의 대한발, 즉 67, 68, 76, 77년의 한발 중 68년이 모내기 전의 한발로 꼽힌다.
60년래의 가뭄이라고 했던 68년에는 6월말까지의 강우량이 평년의 54%인 2백58㎜밖에 오지 않았고 호남지방에는 7월 하순까지 계속 가물어 7만2천 정보의 논에 모내기를 하지 못했으며 피해경지면적 50만8천 정보, 농작물 피해량 1백24만t, 피해액 5백25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89만6천 가구의 농가가 피해를 보고 49만가구는 정부의 구호를 받아야 했으며 전남·북에서만 4천2백가구가 경작하던 농토를 버리고 떠났다.
올해의 가뭄이 68년과 양상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아직 더 두고보아야 알 일이고 다시 이 같은 끔찍한 피해를 낼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 동안 농업용수개발사업으로 수리안전답율이 당시의 57%대에서 지금은 84%로 호전되었으며 지하수개발 등 간이용수시설이나 기술이 그때에 비하여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모내기 전과 후에 모두 지역적으로 가뭄을 겪었지만 인위적인 노력으로 이를 극복, 4천만섬이 넘는 풍년을 이룩한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우선 올해에는 모내기를 앞둔 5월 상순의 저수율이 68년 같은 싯점의 78%보다 훨씬 낮은 64%로 떨어지고 있다.
안전답율이 84%라고 하지만 저수지가 말라붙는다면 속수무책이다.
또 안전답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수리안전답이라고 하는 1백8만2천 정보 중에는 수리시설이 낡아 재개발을 요하는 면적이 13만 정보에 달하고 양수기를 써서 급수해야하는 면적이 7만8천 정보에 이르는 등 20만8천 정보가 한발시에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
1만7천5백21개에 달하는 저수지 중 1만5천여개에 달하는 소유지는 단위 저수율이 불과 2백㎜내외로 조금만 가물어도 말라붙고 평상시에도 모내기 용수의 공급을 할 수 있는데 불과하다.
이번 농수산부가 아직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가뭄비상대책에 착수한 것은 우리 경작지의 이같은 취약점을 인식하고 사태에 대비코자 하는 것이다.
정부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가뭄대책을 추진하다가 비가 오는 경우 자금의 낭비만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장덕진 농수산의 표현대로『설사 예산낭비가 된다 하더라도 요행을 바라고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는 입장에서 예비비 지원 등 과감한 대책을 추진하게 됐다.
특히 가뭄이나 홍수는 1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데 올해가 68년 한발이래 10년이 된다는 사실도 관계자들을 불안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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