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연가-김정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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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찔레꽃, 하얀
꽃무더기 속에 핀
청순한
갓 스물의 목덜미.
새하얀 이마에 감긴
검은 머리칼
향기한 머리칼.
첫 눈에 빨려드는
낯익은 풀잎의 하늘,
가슴 설레는 풀빛의 하늘.
넋을 잃어버려도
넋을 잃어버려도
그림자로 되살아오는
나의 혼 속에 묻어오는
눈빛 서린 풀빛.
고향의 풀빛 서린
냇물은 흐르고,
유달산 봉우리 흐르는
창 너머 고향의 보리밭,
청순한 갓스물의 목덜미.
이마를 빛내며
풀빛을 빚내며
봄 소롬히 밝아오는 오월.

<시작노트-훈풍에 실려오는 달콤한 꽃향기…>
무언지 사모의 정이 간절한 5월. 5월의 찔레꽃이 무더기 무더기로 피었는지 훈풍에 달콤한 찔레향기가 확 풍겨온다. 보리밭 이랑의 싱그러운 푸르름이 하늘에 이어져 고향의 유달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서울의 변두리 들길을 가는데도 고향의 찔레꽃이 내 가는 길목에서 맑은 시냇물을 뿜어내고 보리밭 위로는 종달새 우는 하늘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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