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한인 '31년만의 보은'…어머니 치료 USC에 1만달러

미주중앙

입력

70세 생일을 맞아 온가족 12명이 LA여행을 하는 도중 27일 전명수씨가 `LA카운티 USC병원`을 찾아 1만 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전씨(왼쪽)가 마지 돌린스키 사무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민생활 당시 입었던 은혜를 31년 만에 보답한 한인이 있어 화제다.

지금은 한국에 거주하며 70세 생일을 맞아 미국여행을 온 전명수씨가 그 주인공. 그의 이야기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전기 기술자였던 전씨(당시 36세)는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3명 그리고 칠순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LA로 이민을 와 포장 이사업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휴일도 없이 온 가족이 힘을 모았고 사업도 조금씩 안정이 되던 어느 날 주변사람들이 연이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직원 중 한 명이 큰 부상을 당해 수십 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고 막내딸이 유리조각에 오른손을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이민가정이 그랬듯 비용 부담에 전씨도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그래서 병원 신세를 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1983년에는 당시 76세였던 어머니에게 뇌졸중이 닥쳤다. 급히 어머니를 인근 'LA카운티 USC병원'으로 옮겼으나 그만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병원 측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매달렸고 의료진은 '걱정하지 마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이민온 지 2년밖에 되지 않던 전씨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주일간의 치료 끝에 결국 어머니는 숨졌고 그에게 남은 건 천문학적인 병원비뿐이었다.

당시 이어진 악재로 사업마저 힘들었던 전씨는 병원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는데 마침 그가 출석하던 교회에서 이 소식을 듣게 됐다. 그 교회 목사가 그의 사정을 병원에 전했고 감사하게도 병원 측은 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뿐 아니라 장례비용도 전씨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감당하기 힘든 고비들을 겪은 전씨는 결국 얼마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전기 분야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고된 이민생활의 경험 덕분인지 사업은 번창했고 국가 전력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는 30년 전 어머니를 무료로 치료해줬던 'LA카운티 USC병원'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70세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의 미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은혜를 갚을 방법을 찾았고 지난 27일, 31년 만에 병원을 찾아 감사의 뜻으로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전씨는 "당시 초기 이민자였던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갚기 위해 기부금을 내기로 결심했다"며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고 한인들은 은혜를 꼭 갚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마지 돌린스키 사무국장은 "오래 전 일인데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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