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얼굴 가진 「동구의 드골」 「차우세스쿠」루마니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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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우셰스쿠」「루마니아」대통령(60)은 두개의 얼굴을 가진 정치가다. 동구 국가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친서구·반소 성향을 보여 국제적으로는 온건한 정치인의 면모를 풍기지만 국내에서는 동구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공산독재자다.
소련의 동구 지배에 항거하고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이반을 꾀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의 관계 개선, 경제 협력 강화 정책을 추구하는 그는 흔히 동구의 「드골」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이른바 「루마니아」의 중립 노선이라 불리는 이러한 「차우셰스쿠」의 정책은 가능한한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8년 소련의 「체코」 침공 같은 사태가 「루마니아」에 재현될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국내의 공산 체제를 강화하면서 서방과 접촉을 확대하여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한편 적극적인 중립 외교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굳혀 이를 소련의 패권에 대한 방패막이로 이용, 독자성을 유지하려는 정책이다.
「차우셰스쿠」는 따라서 중소 대립에서도 중립을 지켜 왔고 69년「닉슨」의 「루마니아」방문, 73년 「차우셰스쿠」의 미국 방문이래 동구국가에서는 미국과 가장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의 비동맹을 표방한 중립노선은 동구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 오래전부터 중동문제 해결의 거중 역할을 맡아 「사다트」, 「베긴」회담 실현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키프로스」문제를 둘러싼 「터키」-「그리스」의 충돌 등 국제적 분규가 있을 때 「부쿠레슈티」를 막후 협상 장소로 제공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맡아 비동맹 노선 지도자의 위치를 굳혔다.
북괴는 「차우셰스쿠」의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려고 「루마니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다. 김일성은 75년 월남 적화이후 중공을 방문한 뒤를 이어 5월에 동구·북아를 방문할 때도 「루마니아」를 첫번째로 방문, 한반도 문제 해결에 관한 「차우셰스쿠」의 지지를 구했다.
이는 71년 「차우셰스쿠」의 북괴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었으나 그 직전인 4월 「차우셰스쿠」가 일본을 방문했던 사실에 미루어 이때부터 이미 서방측과의 대화 통로를 트기 위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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