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하도급업체에 떠넘기지 못 하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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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산업안전은 기업 경쟁력이다. 산업재해 때문에 잃어버리는 손실액만 연간 20조원에 육박한다. 이것만 줄여도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기업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대기업은 대부분 안전관리와 유지·보수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 번 사고가 터지면 더 큰 손실을 보면서도 눈앞의 이익에 매달린 모양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런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방 장관은 22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원·하청 간의 하도급 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 내 안전관리 업무에 대해서는 하도급을 지양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하청업체의 영세성에서 비롯되는 잠재적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방 장관은 “하청업체는 기술수준이 원청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데다 영세해 시설확충이나 교육에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직접 관리하면 작업공정에 따라 유지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고, 노후된 시설의 교체도 시의적절하게 시행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사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 수에 비해 고용부 소속 안전감독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안전감독관 1명이 4만여 개의 기업을 감독하는 실정이다. 방 장관은 “이젠 간헐적이고 비정기적인 일반 작업을 제외하고, 안전과 직결된 상시적인 유지·보수 업무는 책임과 인력을 기업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7일 방 장관은 울산을 찾아 화학공장 책임자들에게 “화학사고에 안이하게 대처한 원청업체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 전면중단, 특별감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안전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 한 공장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방 장관은 “안전사고가 벌어지고 난 뒤에야 대처하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대형 기업과 산업단지별로 리스크(위험) 리스트를 만들어 지도감독에 적용키로 했다. 안전사고 리스크가 감지되는데도 고치지 않으면 작업 중지와 수시감독을 불사할 방침이다.

 정부 간 협업도 강화한다. 방 장관은 “울산·여수와 같은 대형산업단지의 지하에 묻힌 파이프 등 노후화된 공동시설을 점검토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이미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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