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 발언 논란] "한총련 수배자 자수땐 불구속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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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이 3일 국가보안법의 대체 입법이 필요하고 한총련 수배자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혀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康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보안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테러 등 대형 국제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국보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총련 수배자 처리와 관련, "한총련 강령 등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있다. 하지만 대학생 수백명이 이적단체 가입 등 혐의로 수배된 것이 상식에 비춰볼 때 황당하지 않으냐"면서 "수배 학생들이 자수를 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한총련 문제를 푸는 하나의 원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총련은 합법단체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과는 다른 입장이어서 법무부와 검찰이 앞으로 한총련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그는 그러나 "한총련 수배자는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특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달 중순 예정된 특별사면 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는 기결수와 미결수를 포함한 1천여명을 놓고 특사 대상자 선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康장관은 "현재 준법서약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공안사범은 10여명 정도다. 준법서약서는 실효성이 없어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내 공안기능도 사회.경제적 변화추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노동부문을 경제문제로 간주해 공안기능에서 떼내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정부 부처가 검찰수사에 대한 의견을 법무장관을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방침과 관련, "장관이 수사팀에 수렴한 의견을 전달할지는 사안별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지만 수사팀에 대한 의견전달은 가능한 한 자제하겠다"고 했다.

康장관의 이날 발언들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찬반 양론을 보였다.

변호사인 임광규(林炚圭)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할 법무장관이 안보의 근간이 되는 국보법 대체 입법을 나서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총련 수배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는 법치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전에 구속돼 처벌받은 다른 한총련 학생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변 소속 이상갑(李尙甲)변호사는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국보법 등은 국제 인권단체들이 폐지를 권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보법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는 康장관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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