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없는 국정연설' 네탓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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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없는 대통령 국정연설'이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을 하는 도중 의석에서 박수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대목에 대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서로 찜찜해 하면서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상황은 盧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을 때부터 꼬였다. 통로쪽 좌석의 의원들은 일어섰지만 다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연설 때와는 사뭇 대조적이었고, 盧대통령으로선 유쾌할 리 없는 분위기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국회의 의전 수준이 통상적인 관례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대통령 연설 후 청와대 내부에선 '너무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도 고위 당직자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이 연설하는 데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국가원수가 본회의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 의원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고 연설 중에도 박수를 치는 정치문화를 일궈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박관용 의장도 국정연설 사회를 처음 봐서 그런지 서툴렀다"며 "앞으로 국회가 예의를 갖췄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여당 총무가 미리 의전에 대해 알려줬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 도중 먼저 박수를 쳤으면 우리도 쳤을텐데 민주당 탓은 않고 무슨 소리냐"고 응수했다. "언론관 등 야당 입장에선 동조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기 때문에 박수가 안나온 것"이라는 반박도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쉴새없이 연설을 하는 바람에 박수칠 틈이 없었으나 盧대통령에게 냉소적인 일부 구주류 의원은 일부러 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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