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양정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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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퇴란 당치도 않은 뜬소문입니다.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물론 그후에도 계속할 작정이예요. 그러나 나보다 나은 후배가 나올땐 내일이라도 미련 없이 물러날 작정입니다.』77세계 「아마·레슬링」선수권대회(10월 「스위스」「로잔」)에서 참패함으로써 충격파를 던져준 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24·조폐공사)는 항간에 떠돈 이같은 낭설을 담담히 부인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엄하고 비정하나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것이 철리이기도하다. 그러나「챔피언」자리를 1년만에 넘겨준 양정모의 패배는 한국체육계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동구선수들은 저에 대해 너무나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잘 통하던 저의 장기인 메어넘기기와 정면 「태클」이 전혀 먹히지 않았어요.』 한국 「레슬링」은 그동안 방심에 빠져 새기술 개발과 해외정보획득에 게을리 하는등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얘기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양정모의 「라이벌」인「몽고」의 「오이도프」는 한체급 올려「라이트」급으로 출전했다. 그래서 한국선수단은 양선수가 쉽게 「타이틀」을 지키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밖의 「다크·호스」들이 즐비해 역시 세계의 벽은 두텁다는 사실을 또 한번 절감해야했다.
양선수는 1회전에서 「몬트리올·올림픽」 「밴텀」급의 금「메달리스트」인 소련의 「유민」과 2회전에서 신예인 「불가리아」의「트코프」와 대결했으나 모두 완패하고 만 것이다, 결국 이 두선수는 「페더」급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이후 국민들의 엄청난 환대에 긴강감이 풀리는등 정신력이 헤이해진것도 사실입니다.』 체력보다도 기술면에서 완패했다는 양정모도 경기외적인 면에서 뒤진 점을 솔직히 시인하기도 했다.
양선수는 지난71년부터 중간에 1년을 제외하곤 거의 6년동안 태능선수촌에서 청춘을 불살라왔다. 그동안 너무나 지친 나머지 권태잠에 빠져있다. 이러한 정신적인 「슬럼프」를 벗어나기위해 선수촌서 스스로 나와 최근엔 한국체육관에서 기술을 연마하고있다.
78년엔 두꺼비 양정모가 다시 일어나 영광을 되찾을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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