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축구는 과학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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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짜로 골을 내주는 바보들이 있어!"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김호(59)감독은 2일 오후 7시 부천 SK와의 경기 직전 선수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쳤다.

아프신 고트비 코치가 경기 재개 순간의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장면별로 뽑아놓은 비디오 분석을 보고 나서다. 이 분석에서는 코너킥이나 프리킥.스로인 등 게임이 다시 시작되려는 순간에 넋을 놓고 있는 선수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월드컵 대표팀에서 일했던 고트비가 수원에서 갖고 있는 정식 직함은 보조 코치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가치는 '과학 축구'에 있다.

고트비는 모든 프로 팀들의 경기를 정밀 분석한다. 그리고 수원의 공격진이 뚫을 수 있는 곳과 돌아가야 할 곳을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뿐만 아니라 수비 라인이 특정팀과 마주섰을 때 어떻게 서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찾아낸다. 세트플레이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우선 비디오를 통해 선수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납득시킨 후 실전 대비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이 대목에서부터 고트비는 '코치'로 변신한다.

"비디오를 동원해 천천히 얘기하면 선수들이 금방 알아듣고, 정말 열심히 분석을 따라준다.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선수들이 너무 '코처블'(coachable.가르치기 좋다는 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고트비 코치는 한국 선수들에게 정말 만족한 듯 보였다.

"축구도 과학이다. 지도자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학을 제대로 축구와 접목시킬 수 있을 때 한국 축구는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

고트비 코치가 한국 축구에 하는 당부다.

수원=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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