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여성 편집인 전격 교체 … 남녀 임금차별 '유리천장' 탓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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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케이

뉴욕타임스(NYT)의 질 에이브럼슨(60) 편집인이 전격 교체됐다. NYT는 14일(현지시간) 에이브럼슨이 해임되고 새 편집인에 흑인인 딘 베케이(57) 편집국장이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세계 미디어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NYT의 사상 첫 흑인 편집인 탄생 소식보다 에이브럼슨의 경질에 이목이 집중됐다.

 NYT가 퇴임 전에 편집인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임 편집인 빌 켈러는 8년간 자리를 지켰다. 에이브럼슨은 2011년 9월 편집인에 취임했다. 더구나 에이브럼슨은 신문의 첫 여성 편집인으로 상징성이 뚜렷했다. 재임기간 탐사보도를 강력 후원해 적지 않은 성과도 냈다.

 NYT 사주 겸 발행인인 아서 슐츠버그 회장은 에이브럼슨 경질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뉴스룸 관리와 관련된 이슈”라고 했다. 또 “새로운 리더십이 뉴스룸 관리를 개선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각종 분석 기사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주간지 뉴요커의 보도다. 이에 따르면 에이브럼슨은 자신의 임금과 연금이 전임자였던 켈러 편집인보다 상당히 적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남녀 차별이라고 여긴 에이브럼슨은 사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슐츠버그 회장과 불화가 깊어졌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대변인은 “에이브럼슨의 총 보수는 결코 켈러보다 적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옮겨와 NYT 근속연수가 짧은 에이브럼슨 연금은 켈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와의 갈등설도 있다. 영국 BBC방송에서 영입된 톰슨은 디지털 부문 강화에 주력했다. 편집 부문의 인적 자원을 디지털 쪽에 집중 투입하고자 했던 톰슨과 그 같은 전략이 뉴스룸의 자원을 분산시킨다고 봤던 에이브럼슨이 여러 차례 부딪쳤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슨의 강한 개성이 경질에 한몫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녀는 언론계에서 완고하고 고집 세기로 정평이 나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슐츠버그 회장이 에이브럼슨을 편하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보도했다. 슐츠버그 회장이 NYT에 대한 그녀의 로열티에 의문을 가졌다는 시각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녀가 주위 남성 간부들과 수시로 충돌했다는 것이다. NYT의 유리천장을 깨고 정상까지 올랐지만 막상 정상의 환경은 그녀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셈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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