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형참사는 대처요령 몰랐던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대구 지하철과 천안초교 합숙소 화재참사에서 희생이 컸던 것은 비상시 대처요령에 대해 너무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산시 남산면에 영남재난안전훈련원을 연 이선우(李先雨.53)씨. 비록 폐교를 빌려 시작한 훈련원이지만 요즘 초.중.고교 등 교육기관은 물론, 호텔.백화점 등에서 안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잇따른 참사 소식을 접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가족 단위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고요."

훈련은 재난실습과 강의 1시간.소화기 실습 2시간.시청각 교육 1시간 등 모두 4시간 과정으로 진행된다. 재난실습 시간에는 비상상황에서의 올바른 대처 요령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화재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독가스는 입고 있는 옷가지들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옷.양말.넥타이뿐만 아니라 여성의 브래지어도 휴대용 방독면으로도 이용할 수 있죠. 이처럼 간단한 안전상식만 알고 있었어도 최근 두 차례의 참사에서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생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는 특히 전국민을 대상으로 소화기 조작법을 가르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李씨는 "지난달 29일 경산시의 초교생 3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훈련 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소화기를 폭발물처럼 두려워했다"며 "소화기 실습에 2시간을 배당한 것은 교육생들이 소화기와 친숙해지고 직접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각 교육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등 역대 대형 재난 사고들에 대한 영상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서초소방서 의용소방대장으로 한달여 동안 구조활동을 벌였던 李씨는 민방위교육 강사 등을 하며 지난 10여년간 재난대처 관련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