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류민자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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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자(61)씨는 그가 평생을 '선생님'이라 불렀던 화가 하인두(1930~89)가 부부의 연을 맺을 무렵 해준 말을 잊지 못한다.

"동양화 서양화가 어디 있나. 그저 민자 네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너만의 그림. 예술보다 인생이 더 소중한거지. 영글고 참된 인생이 가득하면 그림도 그 속에서 스스로 익어 가는 것."

그는 남편의 묘가 내다보이는 경기도 양평 청계리 화실에서 이 한마디를 되새기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캔버스에 아크릴을 쓰고, 한지에 채색을 하는 등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대자연과 인간을 한 화면 안에 질서와 조화로 어우러지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풍경 속에서, 온갖 풍상의 삶을 견디어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그는 생명에 대한 외경을 장엄한 인간의 군무로 표현하고 있다.

류씨는 15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는 작품전에서 더 단순하면서도 풍요롭게 변한 화면을 보여준다. 97년 개인전 뒤 흐른 6년 세월이 작가를 무르익게 만든 거름이다.

땅에서 솟아난 식물처럼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색띠 형상의 인간들은 '비천'(사진)에 와서 생명의 나무가 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가 된 그 형상은 작가가 평생 추구해온 극락세계, 평정심의 정토를 보여준다. 02-736-102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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