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재결합 후 고통받는 아내(경험자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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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8세인 제가 한참 손위인 부인께 조언을 한다는 게 가당찮고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언니라고 부를게요. 저는 언니처럼 재결합을 했기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친근함이 느껴져요.

우리 부부는 결혼 9년째를 맞고 있어요. 2년 전에 이혼했다가 최근에 재결합했어요. 우리 부부는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헤어졌었죠.

저는 장남인 남편을 만나 시부모님 등을 모시고 살았어요.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이나 쓰고 살림은 신경도 안 쓴다"며 저를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결국 갈라서게 됐어요. 아이는 남편이 맡아 길렀고 이혼 후에도 저는 남편과 아이를 자주 만났어요. 자식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제게 엄청난 고통이었어요.

마침 남편은 재결합하자며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시댁 식구들도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저는 용기를 내 재결합에 동의했어요.

그러나 시댁 식구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를 힘들게 했어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해 지금은 시댁과 따로 살고 있어요. 매일 얼굴을 보고 부딪치지 않아서인지 요즘엔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도 차츰 개선되고 있어요.

저는 이혼한 친구에게 "재결합 생각이 있으면 먼저 이혼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주위의 도움을 구하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결정하라"는 입장이지요.

언니. 지금까지 시댁과의 갈등만 말씀드렸지만 저도 '또 하나의 아들(남편)을 데리고 사는 것'은 별로 다를 바 없어요.

제 남편도 대화하는 기술이 부족해요. 완벽주의자이고 자존심과 고집이 세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칭찬에는 극히 인색하죠. 그러니 먼저 남편을 칭찬해 주세요. 저도 남편을 치켜세워주니까 제 고민과 어려움을 잘 들어 주던데요.

대화가 싫고 어려운 남편과 자꾸 말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대화 없이도 가능한 영화.등산.스포츠 댄스 등을 함께 하는 것도 효과적인 것 같아요.

또 언니 혼자 병원에 가지 말고 남편과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을 적극 활용해 '아빠에게 적당한 압력을 넣는 것'도 효과가 있지 않겠어요.

대전에서 38세 주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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