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 사건」이견 해소 못해|박-밴스 1차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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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한미양국 외상은 20일 박동선씨 사건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해결방법에는 의견이 대립된 채 1시간 동안의 회담을 끝냈다.
박동진 외무부장관과「밴스」미 국무장관이 40분 동안 만난 자리에서「밴스」장관은 한국정부가 박동선씨를 설득하여 미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박 외무장관은①범인인도조약이 없는 경우에는 그럴 의무가 없다는 국제관례 박동선씨의 자유의사 ③한국의 국내법 테두리 안에서만 한국정부의 협조가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박동선씨의 강제송환은 불가능하다고「밴스」장관의 요청을 거절했다.
박 장관은「밴스」장관과의 회담 후에「하비브」국무차관과 따로 20분간 회담을 계속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박동선씨 송환을 둘러싼 양쪽의 입장은 대립됐다.
박 장관은「밴스」장관과「하비브」차관에게 미국이 박동선씨 송환요청 하나만을 가지고 배수의 진을 치지 말고 송환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박 장관은 박동선씨의 송환 아닌 다른 방법을 자기가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박 장관은「밴스」장관과「하비브」차관에게 미국의 조사 관이 한국에 와서 박동선씨를 만나는 것이 한국정부가 바라는 대안이라고 암시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박동선씨 사건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이 토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밴스」장관은 조사 관의 한국파견에 대해서 묵묵 부답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박 장관은「밴스」장관에게 두 나라의 입장을 동시에 살리는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는데 거기대해서「밴스」장관은 침묵을 지켰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국무성대변인은 20일 박,「밴스」회담을 요청한 것은 한국 측이라고 발표하고 미국은 박동선씨 사건해결이 시급한 점을 감안하여 이러한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국무성 소식통은 사실은 박-「밴스」회담이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암시했다.
박-「밴스」회담이 결렬된 이상 박-「밴스」회담결과를 놓고 외교소식통은「카터」행정부의 국내정치 때문에 당분간 박동선씨 송환을 주장하다가 결국은 차선책으로 후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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