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국민의 피를 부국에 팔아 국제적 대기업 혈액마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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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빈국들에서 피를 팔아 끼니를 이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인도의「봄베이」를 예로 든다면 단돈 15「루피」(8백원)를 받기 위해 빈민가의 주민들은 아침부터 수백 명이 혈액은행 앞에 줄을 선다.
이들의 대부분은 1주일에 한번 채혈하는데 가족들이 굶주리는 정도에 따라 두 번·세 번씩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혈액은행은 물론 문명사회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이 빈민들의 피로 배를 불리는 국제적 대기업 즉 제3세계의 피를 빨아먹는 현대판「드라큐라」가 존재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홍콩」에서 발간되는「아시아·위크」지에 따르면 범 미주헌혈협회의 사무총장인 「아르헨티나」의사「안토니오·부렐」박사는 구미의 최대제약회사 들이 포함된 이들 기업을 혈액은행「마피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부렐」박사에 따르면 이들 대회사들은 제3세계국가들로부터 1ℓ에 6「달러」(3천 원)씩 사들여 구미에 가져다 20∼30「달러」씩에 팔아 넘긴다. 희귀한 혈액형의 경우 6백「달러」까지 받아 낸다. 이렇게 해서 현지중간업자에 떨어지는 수익은 한 달에, 2만∼4만「달러」나 된다.
흡혈상인들이 이만한 수입을 올리기 의해 정부관리를 매수하는 것은 다반사처럼 되어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눈감아준다는 조건으로 1백만「달러」를 받아 낸 보건장관도 있다. 「브라질」헌혈협회 부회장「레오노라·오사리오」여사는 세 차례나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일이 있다. 혈액의 매매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는 게 협박 이유였다.
「브라질」에는 9백여 개소의 혈액은행이 있는데 서독의 한 제약회사가 그 판매망을 장악하고 이들 혈액은행에 월 평균 1백50만「달러」씩 을 지불하고 투자액의 3백 배 이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72년 2백만ℓ의 이 혈액을 사들여 순이익만 1억5천만「달러」 남겼다.
혈액장사가 해독을 끼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윤리적인 면에서의 부정한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부렐」박사에 따르면 보혈자의 피는 헌혈자의 피에 비해 5배나 매독과 간장염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혈액은행을 엄격한 정부통제아래 두고 보혈행위를 금해야 한다는 게「부렐」박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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